비학산에서 수목원으로 아주 편안한 능선길을 걷던 중에...문득 지난 날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지쳐 쓰러질때까지 산길을 내달리고 싶어했던...맘 속에 간직한 작은 꿈이....^^
마치 인생의 버킷리스트처럼...꼭 한번은 달려보고 싶었었는데....?
어영부영 시간은 흐르고 흘러...내 나이 50 지나고도 어언 몇년....ㅜ.ㅡ
지금이 아니면 시간이 더 이상 기다려 줄 것 같지 않아서...이번에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빗물에 푹 젖어버린 몸 수목원에서 산행길 멈추고...집으로 되돌아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죠.
마라톤대회 여러개가 검색 되었는데...그 중 눈에 확 들어온....?

도로에서 하는 마라톤은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겠지만...우리들의 나와바리(?) 산길을 내달린다면....*^^*
대회 이름도 그럴듯 한 것이...맘에 꼭 들더군요.
우린 산 능선을 유람하는 종주꾼(산꾼)이기에...처음하는 산악마라톤에서 너무 긴 거리는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너무 짧은 거리는...장거리 종주꾼인 우리한테 불리할테니....?
우리에게 가장 적당할 것 같은 20km 코스를 선택하고...바로 선수등록을 했습니다.^^
남편은 등수안에 못들바엔 차라리 저의 페이스메이커(Pace maker)가 되어 주겠다기에...저 혼자만 선수로 등록하고....ㅋ
대회날까지 남은 시간 약 20여일...곧 바로 지옥훈련에 돌입했네요.^^

다음 날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마을 강변 주위를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네요.
그러다가 이것도 기록에 남겨볼까 하는 마음에 10월 10일...이날부터는 램블러를 켜고 달렸습니다.
처음으로 10km를 한번...가볍게 달려 보았는데....?
초등학교 운동회 이후로 처음으로 달려 보는거라...1시간을 살짝 넘기더군요.
시간이 부족하겠지만...열심히 해봐야죠.^^
아~~그리고....
집에서 편하게 신고다니던 운동화를 신고 달리려다가...그래도 대회인데 싶어서....ㅋ
허름한 런닝화도...하나 샀습니다.
3만 몇천원...주고....^^

그리고, 그 다음날엔...거리를 짧게 달려보기도 하고....
달리기 연습을 어떻게 하는줄 몰라서...그냥 우리들끼리 생각나는데로....ㅋ

그리고, 산악 마라톤이니깐...동네뒷산인 장군산에도 산책하듯이 올라보기도 했네요.
나중에 조금이라도...도움이 될 것 같아서....^^

다가온 일요일(10월 14일)...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에서 지인의 잔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한건데...멀지않은 곳에 봉수산이 있으니 답사 겸 아침 일찍 다녀오기로 했네요.
알바도 해가면서 한번 달려봤더니...봉수산 정상까지 약 1시간 30여분이 걸리더군요.
대회날 경쟁자들과 제대로 달린다면...약 1시간 10분~15분 사이면 정상까지 오를수 있을 것 같았고....
되돌아오는 내림길을 1시간 전후로 생각한다면...20km...약 2시간 10분~15분이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영광스런 그 날을 그리며...세레머니를 앞 당겨 펼쳐봅니다....^^

봉수산 답사를 다녀온 후...가볍게 조깅을 하다가 생각해 보니....
강변 조깅보단 동네 뒷산...장군산 오르내리는 훈련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다음날부터...조깅과 장군산을 오르내리는 훈련을 병행했습니다.

조금 속도를 내서 달려보니...5km를 28분대까지 가능 하겠더군요.
돈 많이 줄께 달려보라 한다면...25분대까지도....ㅋ

그러다가, 다가온 일요일(10월 21일)...포항의 산꾼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비바종주를 다녀왔습니다.
gps거리 약 44km의 거리지만 등로가 너무 좋아...가을이 물든 능선길을 구경하며 즐거운 하루를 잘보내고 왔네요.
비학산~괘령산~내연산~동대산~바데산....-비바종주-

포항 -비바종주-를 다녀와서...하루를 편하게 쉬었다가....
다음날 새벽 장군산은 빠른 걸음으로 오르내렸더니...약 1시간 20분 정도 걸리더군요.
대회까지 며칠 남지 않았으니...1시간 안쪽으로 앞당겨 봐야 겠습니다.^^

갈때는 가벼운 조깅으로 달려갔다가...내려올때는 속도를 좀 냈더니 조금씩 시간이 줄어들더군요.

이제 대회가...10일도 안남았네요.
장군산 오르내림길을 대회라 생각하고 한번 내달려 봤더니...1시간 4분대....

그리고...1시간 1분대까지....^^

대회를 한 주 남겨놓고(10월 28일)...우린 청송 주왕산을 찾아 갔었습니다.
주산지와 절골계곡을 둘러싼 능선길을 걸어보고...주왕산의 이쁜 단풍 구경도 하고 싶어서....^^

주왕산 다녀와서 가볍게 조깅으로...몸도 풀고....

그리고, 다음날 장군산을 왕복으로 빠르게 달려봤더니...58분대....^^
이 것을 마지막으로...산악마라톤대회을 대비한 훈련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제부터 그냥 며칠동안...푹 쉬는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ㅋ
대회 당일...2018년 11월 4일....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충남 예산으로 달려갔네요.
왠지 모를 긴장감으로...가슴은 솜방망이질 하더군요....ㅋ
많은 천막들 주변에 웅성거리는 대회 관계자들...그리고, 오늘 같이 달릴 선수들....
차에서 내려...주변을 둘러보는데....?
"아~~차...."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머리속을 스칩니다.
다들 "**마라톤", "**마라톤클럽"...이라고 쓰여진 옷들을 입고 있는데....?
우리 막둥이 보다...어린 친구도 보이고....ㅜ.ㅡ
다들 마라톤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듯한 분들이...주변을 왔다갔다 하며 몸을 풀고 있더군요.
"우리 여기...잘못왔는 것 갔당....ㅠ.ㅜ"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어쩝니까.?
우리도 나름...준비를 한다고 했으니....ㅋ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래가며...사진도 한 장 남기는 여유를 가져봅니다.^^
잠시 후....
출발선에 모여 하늘로 치솟은 총구를 바라보다가...땅 하는 소리와 함께 내달리기 시작했네요.
그 동안의 새벽훈련이...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힘을 내서 한번 달려보라고...응원을 해주면서....
남편도 옆에서...같이 달립니다.
어느 순간, 굳어있던 몸도...서서히 풀리고....
산 사면의 임도를 돌고돌아... 봉수산 정상을 향한 가파른 오름길을 마주했는데....?
봉수산 오름길에서 페이스 메이커의 역활을 다했다는 듯이...남편은 힘내라는 말과 함께 조금씩 뒤로 쳐지네요.
나는 5~6명의 남자들과 한무리가 되어...봉수산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갔습니다.
봉수산 정상 반환점을 돌고 가파른 임도를 내려가는데...같이 달리던 한 분이 치고 나가는데 도저히 따라 잡을수가 없더군요.
가파른 임도를 다 내려왔을땐 그 분은 흔적도 안보이고...뒤를 돌아보니 휑하니~ 아무도 따라오는 분이 없네요....ㅡ,.ㅡ
약 7km의 남은 거리...이제부터 외로운 독주를 시작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응원을 받아가면 한동안 내달리다 보니...어느순간 마이크 소리가 가깝게 들려오고....
뜨거운 박수속에...그렇게, 약 한달간의 행복했던 뜀박질을 멈추었네요.
새벽연습 할땐 나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던 남편인데...약 5분이 더 지난후에야 남편의 모습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마치 동네산책 다니러 나온 아저씨처럼...쉬며놀며 구경해 가면서 왔답니다....ㅡ,.ㅡ

남편 기록이...2시간 15분대입니다.
혹시나 내가 등수안에 못들면 기록이 안나올까 봐서...램블러를 켜고 달린 남편인데....ㅋ
생각하고...준비한....
약 한달간의 그 짧은 시간이...난 무척 행복했습니다.
이제 다시...우리네 자리로 돌아가야죠.
산 능선을 유람하는...영원한 종주꾼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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