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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마의 종주이야기

[평창] - 가리왕산 -

 

 

~~가리왕산 오름길 임도에서....~~

 

 

 

 

 

 

어저께 3월 1일...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왔다고 합니다.

 

산행지를 찾던 중...처음엔....?

지난주 못다걸은 소백산을 다시 찾아가려 했었는데...덜컥 겁이 나더군요.

소백산은 눈이 한번 오면...겁나게 오거든요.

거기에...유명한 칼바람까지....^^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곳이...평창 가리왕산

 

혹시....?

하루 이틀전...산객 누군가가....

가리왕산 다녀온 산행기 흔적이 있으려나 다 찾아봤지만 전혀...하나도 보이지 않네요.

 

눈이 얼마나 왔는지 궁금도 하고...조금 걱정도 되긴했지만....

'까짓거 와봐야 얼마나 왔으랴.?' 하는 생각으로...멀고 먼 강원도 평창으로 내달렸습니다.^^

 

어쩌면 올 겨울...마지막 눈산행이 될지도 모르는데....

적당히 눈길 러셀도 하며...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을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ㅠ.ㅠ

 

 

 

 

 

 

2018년 3월 4일...일요일 아침 7시 20분

장전계곡 입구 장전교을 들머리로

평창 -가리왕산-

오늘의 산행 시작합니다.

 

장전교 입구에 주차하기가 불편해서...조금 위쪽 넓은곳에 주차를 하고 들머리를 찾아 내려갔네요.

가로등 불빛 노랗게 보이는 저 곳이...장전교가 있는 산길들머리입니다.

그 뒤쪽으로 보이는 능선이 우리가 올라갈 능선인데...이렇게 바라보니 아주 가파르게 올려다 보이네요.

 

저 오름길 약 7부 능선쯤에...산 허리를 가로지르는 임도가 지나갑니다.

결론적으로 우린 그 임도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주변을 허우적거리다가 그만 내려와야만 했네요....ㅜ.ㅡ

우린 아무것도 모른채 마냥 설래는 맘으로...장전교 산길들머리까지 가볍게 내려왔습니다.

장전교 건너쪽엔 장전마을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안내판 뒤쪽으로 올라서는 능선을 따라 산길 올라갔네요.

처음부터 산길이 가파르긴 했지만 쌓인눈도 안보이고...이 정도쯤은 얼마든지....^^

바윗돌이 어지러이 나딩굴고 있는...오름길이지만....

산친구들의 희미한 발자국이 오름길을 안내해 주길래...우린 그 뒤를 졸졸졸 따라갑니다.^^

얼마간...올라갔을까.?

오름길 능선에 거대한 바위들이...떡하니 등로를 가로 막더군요.

그렇게 만나는 바위들을...때론 왼쪽으로 비켜서서 올라가기도 하고....

때론...오른쪽으로....

어지럽게 이어지는 산친구들 발자국들이라...조금이라도 더 트인곳을 찾아서 올라갑니다.^^

운무가 우릴 살포시 감싸고 있길래...이 곳만 벗어나면 맑은 하늘을 볼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올라가는데....

빗물인지 눈인지 모를 뭔가가...자꾸만 하늘에서 떨어지네요.

잠시후...하얀눈이 조금씩 더해가고....

가파른 오름길에 낙엽과 쌓인눈이 많이 미끄러워...아이젠도 차고 마주할 눈길을 대비합니다.

몇걸음 더 올라갔더니...눈이 발목을 집어삼키고 종아리까지 넘나드는데....

조금씩...걱정이 되기 시작하네요.

아직 산길...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ㅜ.ㅡ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임도가 있는곳까지는...일단 가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진행합니다.

급기야 눈속에 무릎까지 빠져들고...스틱마저 깊숙히 파묻혀 버리네요.

겨우 1km쯤 산길 올랐고...가리왕산 정상은 아직 4km넘게 남아있는데....?

어쩌면 이 눈길을 계속 오를지 못할거라는...환종주가 힘들것 같다는 생각들로 머리속이 복잡해 집니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속에...어떻게 임도가 있는 곳까진 올라왔는데....?

 

그런데...임도 건너쪽을 올려다보니....?

지금껏 올라온 능선보다 더 많은 눈이 쌓였을거란 생각에...망설여지고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더군요.

그래서, 잠시 서성거리다가...임도를 따라 올라가기로 합니다.

처음 임도에 쌓인눈을 보니...발목과 종아리 부근에서 놀고있길래 이정도라면....^^

 

일단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가...장구목이에서 올라오는 가리왕산 등산로를 만나고....

가리왕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로에 눈길 러셀이 되어있으면...환종주길을 계속 진행하기로 하고서 임도를 따라갔네요.

그런데, 발걸음을 더할수록 쌓인눈에...점점 깊이 다리가 빠져들어 갑니다.

묘한 분위기가 주위를 감싸고...짙어가는 운무속으로 한걸음 한걸음 올라갔네요.

임도를 따른지 채 500m도 안되었는데...어느덧 눈은 무릎을 집어 삼킵니다.

'헐~~이거 정말 장난 아니네요.'

혹시나 옆쪽은 눈이 작게 쌓여 있으려나...옆으로 치고나가서 눈 위를 스틱으로 쿡 찔러 보았더니....?

스틱 두 마디가 그냥 쑥~...눈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립니다....ㅡ,.ㅡ

눈도 어느 정도 껏 쌓여있어야 산친구들 발자국이라도 조금 남아 있을텐데...발자국 하나 전혀 보이질 않네요.

아니...하나는 선명하게 봤습니다.

임도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간...엄청난 크기의 발자국 서너개를 보긴 보았는데....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철조망 앞에서 발자국이 사라져 버렸네요.

 

과연 그 친구는 이 철조망을...뛰어 넘어 갔을까요.?

이제 몸도 마음도 서서히...지쳐가기 시작합니다.

스패츠 위쪽의 바지도...축축하니 조금씩 젖어 들어가고....

포근한 날씨속이라 살갗에 맞닿은 눈들이 그냥 녹아버리니...서늘한 한기마저 느껴지네요.

그리고, 박혀있는 스틱 빼내는것도...보통일이 아닙니다.

한두걸음 옮길때마다...두 팔을 높이 쳐들어야 하니....

 

며칠전 지나간 3.1절에 만세 안했다고 벌주는 듯...오늘은 원없이 만세 세레머니를 펼쳤네요....ㅜ.ㅡ

두 팔이...뻐근해 지도록....ㅋ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

 

우리나라 만세...

 

ㅡ,.ㅡ

근데...앞으로 가긴 가야하는데....?

아무리 빼낼려 해도...습기 머금은 눈 속에 빠진 두 다리가 빠져 나오지를 않습니다.

이일을...우짤꼬....ㅜ.ㅡ

어찌할바 모르고 멍하니 서있는데...찍은 사진이 너무없다고 남편이 뒤에서 까꿍하네요.

우짭니까.?

사진찍는데 그래도 웃어야죠....신~김치....ㅡ,.ㅡ

뒤따라오던 남편이 아쉽지만...여기서 걸음을 멈추자고 합니다.

더 이상 진행하는건...무리라고....

 

눈 속에 빠진 다리를 빼내려고...너무 무리를 했는지....?

허벅지 안쪽 근육에...서서히 통증이 오기 시작하네요.

아무래도 오늘은...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허벅지 안쪽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는건...앞으로 몇시간을 더 버티지 못한다는 것....

 

눈길 러셀산행은...눈 속에 빠진 다리를 들어 올릴려고....

그 동안 사용하지 않던 허벅지 안쪽 근육을...무리하게 사용하게 되는데....

저희들의 경험상...통증이 느껴지는 그 순간부터 몇시간을 못버티더군요.

나중에는 걷기조차 힘들어...위험해질수 있다는 것....

아쉬움속에 조금만 더...조금만 더 하면서 안쪽으로 몇걸음 더 들어가 봅니다.

저기 운무속의 산 모퉁이만 돌아서면...거짓말같이 눈이 없을지도....?

하지만...생각만 간절했을 뿐....

결국은...발길 되돌려야만 했네요.

내가 걸어갔던 발자국을 되집어 내려오니...이렇게나 진행하기 쉬운것을....

누군가가 지나간 발자국이 있다면...러셀되어 있는 눈길 등로라면....

어디까지라도...신나게 걸어갈수 있을것 같은데....ㅜ.ㅡ

되돌아 내려오며 마주한...우리들이 힘들게 지나간 발자국 마저도....

이리저리...비틀거리고 있었네요.

러셀되어 있는 임도를 되돌아 내려오니...금방입니다.^^

임도 삼거리 갈림길을 다시 마주하고는...쌀쌀한 날씨속에 바람막이를 걸치고 내려가는데....

남편이 가파른 내림길에...눈위에 그냥 미끄러지네요.

살펴보니....

 

"쟈~갸...아이젠 어디갔어....?"

 

미끄러진 등산화 바닥에...아이젠이 안보입니다.

되돌아 내려올때까진...있었다는데....ㅡ,.ㅡ

배낭을 내려놓고 왕복 1.5km를 부리나케 내달려...아이젠을 찾아서 다시 내려오더군요.

아이젠 양쪽이 거의 20m 거리에...아주 다정하게 놓여져 있다네요....ㅋ

힘들게 올랐던 미끄러운 오름길이였는데...내려올려니 순식간이네요.

포근한 날씨속에 눈이 녹아...질퍽하니 무척 미끄럽습니다.

상상도 못했던 눈쌓인 가리왕산 산행길...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죠.

호기롭게 올라갔던 산길 들머리에...아쉬움 가득안고 다시 내려왔네요.

안내판 뒤쪽의 평평한 바위에 걸터앉아...배낭을 풀어헤쳐 오늘의 아쉬움을 서로 달래봅니다.

올해 산행을 몇번하지도 안했는데...원하지 않았던 중탈이 오늘로써 벌써 3번째네요.

 

"쟈~갸...우리 시산재라도 한번 지내볼까....?"

"오늘 내려오면서 생각해 둔...축문도 있는데....*^^*"

 

"?"

 

 

산신령님....^^

허리가 아프시더라도...조금만 굽어 살피소서

앞으로 50년 쯤 후에 우리 하늘나라로 올라갈 때...혹시 아나요.?

줄과 빽은 없어도...산신령님 옆에 설 선녀로 낙점받아서 올라갈는지....^^

그 때 올라가면 호랭이 밥 줄 나뭇꾼도 한 넘 데려갈테니...쬐금 봐주쇼~잉....~~~

 

 

그러면, 산신령님도 홀딱 넘어가겠지....그~쟈....*^^*

 

"ㅡ,.ㅡ"

 

 

 

 

 

 

2018년 3월 4일...일요일 아침 7시 20분

장전계곡 입구 장전교을 들머리로 시작한

평창 -가리왕산-

눈길 러셀하느라 못 다 걷고서...다시 되돌아 내려와

오늘의 산행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