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 화대종주 -(중탈)

~~지리산 벽소령 가는 길~~
지리산 노고단에서...새해 첫 일출도 보고....
오후에 대원사로...우릴 데릴러 오면 된다고....
눈 덮인 하얀 지리산 보러가자고...우리 막둥이를 살살 꼬셨습니다.
대원사에서 다시 화엄사로 되돌아 와야하는...택시비 좀 아낄려고....ㅋ
한 해가 넘어가는 마지막 날...늦은 밤 11시....
그렇게 우린 차 안에서...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지리산으로 내달렸네요.
*^^*
2018년 1월 1일...새벽 2시
구례 화엄사를 들머리로
[지리산] -화대종주-
오늘의 산행 시작합니다.

화엄사...화대종주 들머리
2년여만에 이 자리에...다시 섰습니다.
5번째의 지리산 화대종주를 위해서...어둔 새벽길을 달려왔네요.
2018년 1월 1일 새해의 산행을...이 곳 지리산에서 부터 첫발을 내딛을려고....^^

화엄사 뒷길 바람따라 사각거리는 산죽소리를 뒤로한 채...우린 조용히 지리속으로 스며듭니다.

정겨운 돌길을 따라올라...샘터에서 시원하게 한모금 할려했더니....?
매마른 가뭄은 이곳마져...그냥 지나치지 않았네요.
샘터의 물은 졸졸졸 흐르는듯 마는듯...바람따라 휩쓸려온 먼지들이 수북히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참샘터도 지나치고....

국수등마져...지나쳐 가는데도....?

이 겨울...이 높은곳에 눈이 안보이네요.?
보고싶은 눈은 안보이고...계곡을 휘돌아가는 바람소리는 괴물의 비명처럼 무섭게 들려옵니다.
무넹기를 얼마 앞두고서...조금씩 조금씩 눈이 보이는가 싶더니....

무넹기(1300m)
무넹기(코재)에 올라설때 쯤...조금 쌓여있는 눈을 볼수 있었네요.

새해 첫날인만큼...오가는 산객들의 모습도 여럿보이고....
즐겁고 희망찬 발걸음에 새해 덕담을 서로 주고받으며...노고단 대피소에 올랐습니다.
제일 먼저...노고할매를 만나보고 가야죠.^^

"할매...안뇽....*^^*"
노고할매도 회춘하시는지...지난번보다 더 젊고 이뻐지셨네요.
새해...덕담입니다....*^^*
대피소 취사장에 들어가 아이젠을 걸치고는...본격적인 종주길을 대비합니다.
길고 긴 어둔밤이...우리앞에 기다리고 있는줄도 모르고....ㅜ.ㅡ

노고단 고개로 올라가는 돌계단길...아쉬울만큼의 눈만 쌓여있네요.
그래도...이 겨울 지리에 든 것 만으로도 우린 행복합니다.^^

노고단고개(1440m)
오늘은 새해 첫 일출산행을 하는...많은 산객들을 위해서....
한시간 앞당긴 새벽 3시에 지리의 문을 열어준다는...뉴스를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노고단고개는 환한 불 밝히고 반가이 산객을 맞아주네요.

노고단 초소안에 계시는 분의...따스한 배웅소리에 환한 미소로 답하고는....^^

노고단고개를 내려서면서 부터의 지리능선길은...꿈길같이 그냥 편안하기만 합니다.
울퉁불퉁한 돌길은 하얀 눈으로 다 덮어버렸고...쿠션좋은 침대위를 걸어가는 것 같네요.^^

그렇게, 몇구비 돌고돌아...돼지령도 지나치고...

임걸령까지 왔습니다.
물 맛 좋다는 임걸령 샘터를...그냥 지나칠 순 없죠.^^

션~하게 한모금 하고갈려고...내려갔더니....
임걸령 샘터의 물도 졸졸졸...애기 오줌줄기 마냥 시원스럽지가 않네요.

속 짜릿하게 샘물 들이키고서 다시 길을 나서는데...바람이 장난아니게 불어옵니다.
빠르게 걷다보면...잊을수 있으려니....ㅜ.ㅡ

스스로 위로하며...반야봉 갈림길인 노루목도 스치듯 빠르게 지나쳐 갔네요.

귓전을 멍멍하게 울리는 바람소릿길 따라...그렇게 삼도봉을 향해서 올라갔습니다.

삼도봉(1499m)
세차게 불어오는 매선 바람은...나뭇가지에 달라붙은 눈까지 거칠게 휘몰고 다니네요.
바람은 바늘로 찌르듯이...두 눈만 내놓은 눈썹 주변을 마주 찔러됩니다

몸을 가눌수없을 정도로 불어오는...매선 바람을 피해서....
사진 한장만 남기고는...도망치듯이 허겁지겁 삼도봉을 내려서야 했네요.

그렇게, 바람을 피한 긴 계단길 아래쪽에서...긴 한숨 몰아쉴수 있었습니다....ㅜ.ㅡ
목이라도 축일려고 배낭속의 물병을 꺼내 열려고 했더니...물병이 꽁꽁 얼어서 전혀 열리지가 않더군요.
이 날 마신 물은...딱 3모금....
참샘터에서는 물병의 물을 마시고...노고단 대피소에서....
그리고, 임걸령에서 한모금 마신것이...전부네요....ㅡ,.ㅡ

화개재(1316m)
그렇게, 지리능선의 크고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면서...차갑게 식은 몸을 뜨겁게 데우려 했지만....
매선 차가운 바람은...두꺼운 장갑속까지 사정없이 파고듭니다.
이런 강추위는 전혀...상상도 못했었는데....ㅠ.ㅜ

하루 중...가장 춥다는 새벽 6시....
바람을 피해 잠시라도 쉬어갈 곳은...아직도 까마득히 먼 곳 연하천대피소 뿐이네요.
지리능선의 매선 바람은...우리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고....
답답해서 잠시라도 입덮개를 내렸다가 다시 올리면...순식간에 딱딱한 얼음덩어리로 변하더군요.
입김으로 호호 불어가며...다시 녹여야 했네요.

토끼봉(1534M)
처음 지리에 들었을때 허벅지까지 빠져드는 눈을...눈 위를 헤엄치면서 올라갔던 그 토끼봉에 다시 올랐습니다.
주변에 무슨 공사를 하는지...뒷쪽 공터에는....?

그렇게, 매선 바람과 맞서 싸워가며...연하천 대피소까지 무사히(?) 왔네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일때 지나쳤던 연하천 대피소...이젠 많이 바뀌고 새로워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옛모습의 흔적들은...곳곳에 보이네요.^^

아침 7시 25분...일출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전망좋은 바위에 올라 일출을 맞이할려고...연하천 대피소를 그냥 지나쳐 갈려는데....?
저기 건너쪽...전광판에....

건너쪽의 전광판에는 현재 온도가...영하 12.4도라고 나오네요.
그러나, 그 보다도 더 눈길을 끄는 문구가...뒤따라 올라오는데....
11m/s(미터 퍼 세크)...초속 11m의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고 전광판에 나오더군요.
거의...소형급 태풍 수준입니다.
영하 12.4도에...11m/s의 매서운 강풍....ㅠ.ㅜ

아뿔싸....
연하천 대피소를 얼마 벗어나지 못하고...2018년 새해의 첫 햇님을 맞이하고 말았네요.

그렇게, 우린 나뭇가지에 걸쳐진 햇님과...새해 첫 반가운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잠시후....

올라선 전망바위에서...햇님과 정식으로 다시 인사를 나눴네요.
올 한해도 우리 함께...즐거운 산행길 이어가자고....*^^*

삼신능선위로 올라오는 따사로운 햇님을...가슴 뜨겁게 받아드립니다.

지리산에서 맞이한...새해 첫 햇님을....*^^*

바위 사잇길을 지나 형제봉으로 가는길엔...온갖 기암들이 사방에 널려 있네요.

뒤를 돌아봐도....

앞을 올려다 봐도...거대한 바위군들이 태산처럼 버티고서 우릴 내려다보고 있더군요.

따뜻한 햇살 받으면 몸도 따뜻해지고...곧이어, 바람도 잠잠해 질 줄 알았는데....?

불어오는 매선 강한 바람은...더욱 매몰차기만 하네요.
손가락이 너무 시려워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형제봉을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형제봉 아래쪽에서...형제바위를 마주했는데....

형제바위를 지나칠때면 언제나 눈길 머무는 그 곳...누운 소나무의 그림자입니다.
형제바위 위에서 언제까지나...천년의 푸르름을 자랑할 줄 알았는데 몇 년 전 태풍으로 인해....ㅜ.ㅡ

형제바위를 돌아서 나오니...바람을 피한곳에서 여러 산객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더군요.
형제바위가 매선 바람을 막아주고...햇살이 따뜻한 곳이여서....^^

잠시후, 벽소령 가는 길목에서...우린 전망좋은 바위에 올랐습니다.
지나쳐 왔던 토끼봉도 등 뒤쪽에 보이고...왼쪽으로는 백운산 능선길의 또아리봉과 도솔봉이 잘보이는 곳이네요.

뒤돌아보면...형제봉 아래쪽에 있는 형제바위와 길게 드러누운 소나무도 눈에 들어옵니다.

쉼없이 달려왔더니 배도 출출하고...벽소령 대피소에서 간식먹으며 잠시 쉬었다가 가야겠네요.

이 곳만...돌아서면....^^

벽소령 대피소
마침내 햇살 따뜻한...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했네요.

지리산 화대종주 능성길에...이 곳 벽소령이 거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벽소령에서 뒤돌아보니...지나온 형제봉도 올려다 보이고....
삼각고지에서 영원령으로 내려서는...지리 남북종주길도 잘보이네요.

지리남북종주길은...영원령을 거쳐 삼정산으로 내려서고....
능선 뒤쪽으로 보이는 서북능선 끝자락의 바래봉과 덕두봉과도...짧게 눈 인사를 나눕니다.^^

주변 조망을 한바퀴 휙...둘러보고는....
잠시 추위도 녹이고 남은 종주길도 대비할 겸...대피소 내 취사장으로 들어갔네요.

그런데....
먹거리를 펼쳐놓고...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할려니 켜지질 않습니다.
'헐...방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온 휴대폰이 매선 차가운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밧데리가 다 방전되어 켜지질 않네요.
남편 휴대폰도 약 10%의 밧데리만...간당간당 남아 있습니다.
배낭속에 넣어온 보조밧데리를 꺼내...충전하면서 다시 켜보니....
연하천 대피소에서 꺼내본 것을 마지막으로 방전이 되었는지...gps램블러도 연하천 대피소에서 부터는 꺼져 있더군요.

즐길려고 온 지리산인데...이런 날씨속이라면 남은 종주길도 고생길이 될 것 같아서....?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습니다.
"얘들아 우리 탈출한다...음정으로 데리러 온나....ㅠ.ㅜ"

아쉬운 발걸음으로...지리산을 내려갔네요.

이토옥 푸르고 깨끗한 지리 하늘을...뒤로 한 채....ㅜ.ㅡ

생각했던 종주길 다 못걷고 내려오는 발걸음은...언제나 무겁기만 합니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려니...서로를 위로하며 내려갔네요.
우리 며칠후에...다시 오자고....*^^*

벽소령 바로 아래쪽에 있는 임도(군사도로)에 내려서서...빠른 지름길(휴양림 방향)따라 내려 오려다가....
이제부터 남는건 시간뿐이니...옛 기억을 떠올리며 꼬불꼬불 임도따라 내려갔네요.

남은 거리가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으로 다시 랩블러도 켜고서....

그렇게, 1시간여 임도를 따라 내려와서...음정 도로를 만나고....
야심차게 계획했던 새해 첫 산행 지리 화대종주는...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네요.
내려선 아래쪽은 훈훈한 바람이...완전한 봄날이더군요....ㅜ.ㅡ
이 겨울이...다 지나가기 전에....
아마도...우리 다시 만날수 있겠죠.?
*^^*
2018년 1월 1일...새벽 2시
구례 화엄사를 들머리로 시작한
지리산 -화대종주-(중탈)
약 9시간 20분 걸린...오전 11시 20분
다 못걷고...음정으로 내려와
오늘의 산행 마무리합니다.

끊어졌던 램블러를 이어봤더니...gps거리 약 29km가 나오더군요.